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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부활, 싹을 내고 꽃을 피운다   파아란 하늘을 닮은 푸르른 계절 다가서 보면 마르고 긴 가지마다 동그랗게 아픈 싹 움트고 그렇게 아픈 봄날을 사랑해 송송 맺히는 땀방울 더 외로워야 더 그리워야 너를 만날 수 있지   한밤을 지새고 두밤을 깨어 네게로 가는 길은 어둡고 추워 봄 앞에, 피어나는 봄 앞에 아픔의 시간 멈춰 서기를 오롯이 꽃망울 피어나기를 너와 나 사이 건너지 못한 부활의 봄, 부활의 십자가 이 봄 속에 마냥 향기롭기를   부활절을 하루 앞둔 토요일 새벽 기도를 다녀오는 길에 Higgins Park에 들려 싱그런 봄길을 걸었다. 잔잔한 안개비가 내리는 park에는 삼삼오오 벌써 힘찬 걸음들이 지나쳐간다. 푸른 싹들이 뾰족이 살아나는 나무들 사이를 걷다 보니 깨어나는 내 몸의 세포들도 덩달아 깊은 호흡을 숨 쉰다. 송송 맺은 땀방울인지 빗방울인지 밤새 영근 이슬인지 봄의 싱그런 기운을 담아내고 있다. 다시 살아날 것 같지 않았던 가지마다 하얀 목을 길게 내민 목련이며, 노란 입을 뾰족이 내민 병아리 같은 개나리 덤불이며, 벌써 바닥에 엎드려 탐스런 얼굴을 내민 민들레의 질긴 생명력은 봄의 부활을 알리고 있다. Park 안쪽을 기울여 보다 연두로, 초록으로, 노랑으로, 핑크로 내가 좋아하는 보라로 피어나는 봄의 생명들을 만나게 된다. 지난 겨울 홀연히 사라졌던 색들이 다시 제 모습을 되찾고 있는 이 기적 같은 현상을 나는 부활이라 감히 말하고 싶다.   죽고자 하는 자는 살겠고, 살고자 하는 자는 죽게 될 것이라고, 가진 것을 내려놓으면 풍성히 얻겠고 내 안에 많은 것을 채우려 하면 가진 것마저 잃게 되리라는, 그래서 죄 없으신 이가 스스로 죄가 되어 오신, 골고다 언덕 저주의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예수 그리스도를 떠올리게 된다.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해 죽으심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확증 시켜주셨음이라’(롬5:8) ‘사랑하는 자들아 하나님이 이같이 우리를 사랑하셨은즉 우리도 서로 사랑하는 것이 마땅하다’(요1 4:11)   세상은 사람이 할 수 있는 모든 일들을 동원해 그를 죽였다. 큰 바위로 무덤 입구를 막고 병사들로 하여금 그 무덤을 지키게 하였다. 우리의 죄를 위해 스스로 죄가 되신 예수는 죽음이라는 가장 무서운 어둠의 권세를 무너뜨렸다. 그리고 부활의 첫 열매로 사망을 깨트리셨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세상은 어제와 다르지 않게 보였지만 우리의 구원자 되신 예수 이름 앞에는 부활이라는 하나님의 사랑이 확증된 순간이었다. 우리가 행여 절망과 어두움 속에 있다면 부활의 기쁜 소식을 내 귀로 들을 수 있는 벅찬 감격 안에 거하기를 소원한다. 우리의 남은 삶을 혼자 걷지 말자. 그분의 손을 잡고 함께 걸어가시길 바란다. 우리 안에서도 부활의 능력은 마른 가지에 싹을 내고 꽃을 피우게 될 것이다.   물을 건널 때 먼저 눈에 보이는 것은 물에 비친 풍경이다 주변에 나무가 있으면 나무가 보이고 숲이 있으면 숲이 보인다 달이 떠 있기도 하고 바람의 결이 새겨지기도 한다 한 줄의 결이 아프다   아프다는 말속엔 보고 싶다는 말도 있다 무수히 떠 있는 밤하늘 별빛 속에서 단 한 사람의 눈빛이 보고 싶다 무심한 세상에 빛으로 오는 한 사람 깜깜한 밤하늘에 당신의 얼굴을 그리고 싶다   사랑을 아는 시인이 되고 싶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건 전과 같지 않아 셀 수 없는 색들이 살아나는데 “왜 시를 쓰냐?”고 물으면 “왜 사느냐”라고 되묻고 싶다 회색의 세상으로 등지려느냐고 세상은 싹을내고 꽃을 피우는데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 풍경 예수 그리스도 밤하늘 별빛 park 안쪽

2025-04-21

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그날 이후

글 속에 숨고 그림 속에 번질게요 / 익어가는 시간들이 쓸쓸해져요 / 마주하는 모든 시간 내내 웃지만 / 다가오는 모든 풍경들은 아픔인 걸요 / 놓칠 수 없는 시간의 간극 속에 머무를 뿐 / 닫을 수 없는 밤은 늘 추위처럼 스며오는 것이죠 / 달이 지고 나면 아침은 늘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와요 / 거기 계세요 / 손짓하는 나를 보시면요 // 늘 정면에서 바라보지 못했어요 / 잎이 흔들리고, 자동차 경음이 울리고 / 신호등 파란불을 따라 그리로 가고 있어요 / 커피 향을 닮은 하늘을 올려다보아요 / 잡은 손을 놓친 것보다 더 기대고 싶어져요 / 돌아선 뒷모습이 생선 가시처럼 목에 걸려 와 /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어요 // 잘 가세요 / 환한 대낮을 등지고 걷고 있어요 / 바람에 밤나무 꽃이 아래로 떨고 있었고요 / 강물을 바라다보는 일이 서로 편해진 오후 / 흐르는 물속에 그대 웃음 소리가 들려요 / 내가 힘들어도 그대가 기쁘다면 / 나는 강물이 되어 멀어져도 슬퍼할 리 없어요 // 낯선 방에 누워있어요 / 집을 받들고 높게 옷 벗은 나무들 / 천근의 눈꺼풀을 껌뻑이며 / 지탱하려고 수십 번을 뒤척였어요 / 한번은 어린아이 마냥 천진한 마음으로 / 또 한번은 천천히 누르는 아픈 통증으로요 / 반나절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 강물은 까마득히 멀어져 / 낯선 이의 뒷모습으로 흐르고 있어요 / 귀를 막고 싶은 옆자리가 추워요 / 바다로 흐르는 물고기 지느러미처럼 / 무너뜨려야 할 짐을 건네주는 밤은 너무 검어요 / 두리번거려도 아무것도 잡을 수 없는 새벽 / 기대할 수 없는 시간의 느린 걸음에 지쳐가고 있어요 / 지나간 어제도 맞이할 오늘도 꿈같은 내일도 / 그 시간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만으로 / 흐트러진 걸음을 여미게 해요   오랜 세월이 지났다. 시간이 지날수록 도구들이 많아졌다. 이제는 세밀한 기계까지 만져야 하는 시간이 되었다. 모양을 입력하면 그 모양 그대로 두꺼운 철판을 자른다. 나무를 깎아 목판화처럼 작업을 하기도 한다. 글자를 접어 만들어 내기도 하고 큰 사이즈의 이미지를 컬라로 출력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것들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그 시간 그 장소에 그 도구와 기계들이 제자리에 있어야 한다. 아울러 시안을 입력하고 기계를 다룰 수 있는 사람이 함께여야 모든 상황을 가능하게 한다.   사람도 그렇고, 풍경도 그렇다. 작은 들꽃도, 언덕을 오르는 오솔길도 그렇다. 눈이 오는 것도, 빗방울이 떨어지는 것도, 미시간 호수가 출렁이는 것도, 하늘이 푸르른 것도 모두가 그 시간 그 자리에 있어야 추억이 되고 그리움이 된다. 아픔이 몰려오기도 하고 사랑이 꽃피기도 한다. 잠을 설치기도 하고 밤하늘 별빛을 보러 창을 열기도 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은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이라고 한다. 그 시간 그 자리에 있어야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 우리의 삶을 되돌아본다. 우리의 걸음도 수많은 길들을 만나지 않았던가. 용감하게 직진할 때도 있었지만 우회할 때도 있었다. 어찌할 수 없어 멈춰서서 움직일 수 없었던 날들도 있었다. 마음을 다독이며 뒤돌았던 시간들도 있었다. 세상을 다 얻은 듯 기쁨 속에 뛰었던 날들도 있었다. 뒤돌아보며 그 길들을 걸으며 만났던 사람들, 다가왔던 풍경들, 예기치 않았던 상황들, 갈등과 화합, 슬픔과 행복, 좌절과 용기가 그날 그 시간에 없었더라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그 자리에 있어야 할 것이 그 자리에 없다면. 우리 삶은 결코 행복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추운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오고 있는 뒷들을 바라보고 있다. 어느 시간 제 자리를 지키고 싹을 내고 잎을 내밀 나무의 대견한 모습이 자랑스럽게 느껴진다. 좌절했던 많은 사람들의 슬픈 마음을 연둣빛 희망으로 바꿔 줄, 그 시간 그 자리에 서 있을 풍경들과. 불행의 시간을 지나고 있는 사람에게 행복의 손짓을 전하는 아름다운 사람과, 메마른 땅에 희망을 전하는 예쁘고 앙증맞은 꽃들에게 올해도 그 자리를 지켜 주어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 풍경 미시간 호수 밤하늘 별빛 행복 좌절

2025-03-10

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행복의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쪽 문이 열린다. 그러나 흔히 우리는 닫힌 문을 오랫동안 보기 때문에 우리를 위해 열려 있는 문을 보지 못한다.' (헬렌 켈러)       삶에 대하여     너무 촘촘히 그리지 말자   삶은 캔버스 위 붓질과 같은 것   말이 뭉뚱그려질 때   희미해져 읽을 수 없을 때   원초적 색깔을 사용해 보라   빛과 그림자가 분명해질 것이다     살아가는 일이 고단해지면   울음을 참고 다시 떠나보라   참아내는 사람이 나뿐이더냐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참고 살아가나니   두려움은 밤낮으로 찾아오겠지만   견디지 않으면 다시 돌아올 수 없다     숲정이 처럼 함께 어우러지자   한 나무가 아니라 여러 나무가 모여   서로의 향기를 뿜어 사랑하듯이   삶의 시간은 숲의 시간처럼 한 색이 아니라   형형색색의 날들이 모이기 때문이다   고통과 평안, 평안과 기쁨은   스스로 찾아드는 선물 같은 것이다     견뎌내는 이가 나뿐이더냐   우리는 모두 하나같이 깊은 슬픔 속에 묻히다가도   어느새 밝은 햇살 앞에 앉아 있지 않터냐   너무 촘촘히 삶을 채우지 말자   해가 지면 별이 뜨고 별빛이 지면   먼동이 하늘에 가득할지니   밝은 대낮에도 이운 낮달처럼   내려다보고, 또 올려다보며   이우는 부분마저 그리워하자     주위를 돌아보면 이 땅에서의 삶을 마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종 들을 기회가 있다. 마지막 순간까지 일을 놓지 못하고 살다가 이제 삶을 즐길 만한 시간이 찾아왔는데 홀연히 죽음의 날을 맞이하게 되었다고 안타까워하는 이야기를 듣는다. 하루가 저무는 창가에 앉아 지난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나는 무엇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무엇으로 나의 빈 마음을 채우고 있는가? 나에게 묻고 또 묻는다. 아니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묻는다.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마감하고 계시는가?라고.     행여 슬픔으로 가득한 시간으로 하루를 보냈다면 밤하늘 별빛으로 그 마음을 지울 수는 없는가. 수천 광년의 빛으로 이제야 나의 눈에 비쳐오는 기적 같은 이 순간에도 괴로워하겠는가? 눈물마저 말라버린 한낮을 걷다가 빛을 잃어가는 낮달의 선물 같은 반가운 손짓을 외면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내가 걷는 이 길이 선물이 아니라면 바람에 눕는 갈대가 눈에 뜨일 리 없을 터이고, 미시간 호수의 밀려오는 파도의 중얼거리는 소리가 어찌 내 귀에 들려오겠는가. 말라 부석이며 부서지는 들풀의 긴 대궁에 맺힌 검은 씨앗 속에 감춘 연둣빛 새싹이 어찌 보이겠는가.     우리가 추구하고 은근히 자랑했던 부와 권력 속에서는 시인은 태어나지 않는다. 세상의 눈으로 시인은 어리석고 우스꽝스러운 존재이지 않더냐. 아무도 귀 기울여 주지 않는 세상을 향하여 사랑을 이야기하고, 슬픔으로 눈물짓기도 하는, 잃어버릴 수 있는 험한 길을 대책 없이도 떠날 수 있는 사람은 귀하고 사랑스럽다. 온밤을 지새워도 지치지 않는 연약하지만 내면으론 솔처럼 외롭고 높고 곧게 시인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삶은 아름답다.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 풍경 미시간 호수 밤하늘 별빛 시인 화가

2025-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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